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50

숨겨진 명작 리뷰 | 《마우스》 – 사만다 슈웨블린 숨겨진 명작 리뷰 | 《마우스》 – 사만다 슈웨블린- 당신을 지켜보는 눈동자, 그 안엔 누가 있는가? -줄거리 요약《마우스》(원제: Kentukis)는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켄투키(Kentukis)'라는 기기에서 이야기가 출발한다. 켄터키는 작은 동물 형태의 로봇 장치로, AI나 자동화된 기계가 아니다. 놀라운 점은 이 기계 안에는 실제로 어딘가에 존재하는 생명체, 즉 ‘실시간으로 접속한 다른 인간’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한 사람은 켄터키를 구입하여 ‘소유자’가 되고, 또 다른 사람은 전 세계 어딘가에서 그 기기에 접속해 ‘켄투키’가 된다. 소유자는 로봇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나누며 감시당하는 존재가 되고, 켄투키는 말없이 관찰하고 반응하는 존재로 작동한다. 이 책은 이 독특한 기술을 중심으로 서.. 2025. 4. 11.
숨겨진 명작 리뷰 | 《우리 모두 낯선 사람들》 – 바바라 코밍스 《우리 모두 낯선 사람들》 –  바바라 코밍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낯설 수 있다, 관계 속 고요한 균열에 대하여 -줄거리 요약《우리 모두 낯선 사람들》은 전후 영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한 가정과 그 구성원들이 겪는 심리적 거리감과 정체성 혼란을 그린 작품이다. 겉보기엔 평범한 가족의 일상이지만, 작품은 그 내부에 숨겨진 긴장과 침묵을 통해 ‘가족이라는 이름의 관계가 얼마나 쉽게 낯설어질 수 있는가’를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아이리스. 중산층 여성으로, 평범한 남편과 함께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녀의 내면은 단조로운 일상, 반복되는 사회적 역할, 말로 설명되지 않는 공허함으로 가득 차 있다. 남편과의 대화는 점점 줄어들고, 자녀와의 유대는 피상적이며, 친구들과의 관계도 .. 2025. 4. 10.
숨겨진 명작 리뷰 | 《Z씨 이야기》 – 레몽 크노 《Z 씨 이야기》 –  레몽 크노하나의 사건, 99개의 문체 – 문장의 무한한 얼굴을 보여주는 실험적 명작줄거리 요약《Z 씨 이야기(원제: Exercices de style)》는 프랑스 작가 레몽 크노가 1947년에 발표한 전무후무한 실험적 작품이다. 이야기의 핵심은 단순하다. 파리의 시내버스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 남자가 다른 승객에게 짜증을 내며 다툼을 벌인다. 몇 시간 뒤, 그는 다시 등장한다. 이번에는 한 친구와 함께, 단추를 다시 꿰매야 한다는 말과 함께. 이것이 이야기의 전부다. 하지만 크노는 이 단순한 일화를 단 한 가지 방식으로만 전달하지 않는다. 그는 이 에피소드를 총 99개의 서로 다른 문체, 시점, 형식, 장르로 다시 쓴다. 평서문, 과장법, 수동태, 운문, 전기체, 역사적 문체, 연.. 2025. 4. 9.
숨겨진 명작 리뷰 | 《은밀한 생》 – 파스칼 키냐르 《은밀한 생》 –  파스칼 키냐르 - 말로 표현되지 않는 세계, 그곳에 진짜 나가 있다 - 줄거리 요약《은밀한 생》은 파스칼 키냐르 특유의 시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문체로, 인간 존재의 가장 근원적인 층위를 탐색하는 작품이다. 이 책은 전통적인 의미의 소설이라기보다, 문학적 사유와 감각적 조각들이 결합된 감성의 지도에 가깝다. 주인공 토마 마 씨는 출생 직후 어머니에게서 버림받고 수도원에 맡겨진 인물이다. 그는 생애 초반, 말이 주어지기 이전의 침묵의 시간 속에서 성장한다. 이 시절의 침묵은 단지 음성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세상과 연결되지 않은 완전한 고립이자, 내면세계의 뿌리로 작용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언어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지 못한 채 자란다. 언어 이전의 감각, 손짓, 냄새, 분위기 등으로만.. 2025. 4. 7.
숨겨진 명작 리뷰 | 《보랏빛 돛단배》 – 알렉산드르 그린 《보랏빛 돛단배》 – 알렉산드르 그린- 믿음의 끝에서 기적은 현실이 된다 - 줄거리 요약《보랏빛 돛단배》는 러시아의 작은 항구 마을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아쏘르는 가난한 어부 롱고랭의 딸로 태어나, 가난과 고립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녀의 삶은 그 자체로 단조롭고 고단하지만, 어린 시절 아버지가 들려준 한 가지 이야기가 그녀의 세계를 지탱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 이야기는 언젠가, 먼바다에서 보랏빛 돛을 단 배가 그녀를 데리러 와서 완전히 새로운 삶으로 이끌어줄 것이라는 예언 같은 전설이다. 아또르는 그것을 철석같이 믿고 자란다. 하지만 그녀를 둘러싼 환경은 이 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학교에서, 마을에서, 심지어 일부 가족들조차 그녀의 믿음을 허무맹랑한 망상으로 치부하고 조롱한다. 주변 사람들.. 2025. 4. 6.
숨겨진 명작 리뷰 | 《다섯째 아이》 – 도리스 레싱 《다섯째 아이》 – 도리스 레싱사랑할 수 없는 아이와 마주했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줄거리 요약《다섯째 아이》는 1960~7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해리엇과 데이비드 부부의 이상적인 가족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들은 당시의 급진적 분위기와 달리 보수적인 삶을 지향하며, 큰 집을 사고 많은 자녀를 낳아 함께 모여 사는 이상적인 공동체를 꿈꾼다. 실제로 네 명의 아이가 태어나며 가족은 행복한 일상을 누리는 듯 보인다. 하지만 다섯째 아이, 벤의 탄생은 모든 균형을 무너뜨린다. 벤은 태아 시절부터 비정상적으로 발달했고, 태어난 후에도 일반적인 유아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과도한 힘, 불안정한 감정, 동물적인 감각을 가진 그는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위협이 된다. 어머니 해.. 2025.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