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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에 중독된 세계에서, 나를 되찾는 방법 - 장폴 디디외롱 「자전거를 타는 사람」 리뷰 속도에 중독된 세계에서, 나를 되찾는 방법- 장폴 디디 외 롱 《자전거를 타는 사람》 리뷰 -도입부|페달을 밟는다는 것은, 삶의 리듬을 되찾는 일이다당신이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탔던 때는 언제인가? 우리는 어릴 적 자전거를 자유와 연결 지어 기억한다. 그러나 장폴 디디와 롱은 그 기억을 한 발 더 밀고 나아간다. 그의 에세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단순한 라이딩의 미학이 아닌, 삶의 속도와 존재의 방식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다. 디디외롱은 프랑스의 정치철학자로서, 자전거를 탄다는 행위를 단순한 운동 이상의 것으로 바라본다. 이 책에서 그는 자동차 문명에 대한 비판, 도시의 비인간적 구조, 소유와 욕망의 관계, 그리고 존재론적 자유까지 연결시키며, 자전거라는 한낱 교통수단을 철학의 핵심 개념으로 승화시킨다... 2025. 4. 20.
책 리뷰 : 고전명작 ㅣ 후안 루이스 세풀베다의 『연애의 규칙』 리뷰 사랑은 끝났지만, 부재는 여전히 쓰고 있다- 후안 루이스 세풀베다 『연애의 규칙』 리뷰 -도입부|사랑이 언어로 남을 때, 그 문장은 얼마나 깊어지는가사랑은 종종 너무 가까이 있어 그 본질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감정이다. 우리는 사랑을 말하고, 노래하고, 쓰지만 정작 사랑을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후안 루이스 세풀베다의 『연애의 규칙』은 그런 설명 불가능한 감정의 자리에 문장을 놓는다. 그것은 분노도, 그리움도, 회한도 아닌 어딘가 모호한 감정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책은 사랑의 결과가 아니라 사랑의 잔재로 이루어진 책이다. 이 잔재는 살아 있는 과거이고,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체온이며, 글로 남은 감정의 부스러기다. 세풀베다는 한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빌려 우리가 잊고 있었던 .. 2025. 4. 18.
숨겨진 명작 리뷰 | 《욕실》 – 장 필립 투생 장 필립 투생의 《욕실》“나는 욕실에 머물기로 했다.” … 그리고 삶이 흐르기 시작했다.줄거리 요약《욕실》은 벨기에 출신 작가 장 필립 투생의 데뷔작으로, 1985년 발표 당시 프랑스 문단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실존주의적 소설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름도, 뚜렷한 직업도 없는 한 남자다. 그는 파리의 한 아파트 욕실 안에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하고, 실제로 그 결정을 실행에 옮긴다. 그가 욕실에 머물기로 한 이유는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다. 다만 그는 세상의 분주함, 시간의 압박,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오는 피로감 속에서 ‘완전한 무위(無爲)’를 실천하고 싶다는 욕망을 품는다. 욕실은 그에게 피난처이자 고요한 세계이며, 외부로부터 단절된 시간의 캡슐이다. 그의 여자친구 에디트는 그런 .. 2025. 4. 15.
숨겨진 명작 리뷰 | 《불사》 –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불사》 - 삶을 꿈꾸던 이들이 만든, 죽음보다 더 차가운 세계 - 줄거리 요약 《불사》는 안드레이 플라토노프가 1920~30년대에 걸쳐 구상한 작품으로, 이상주의가 지배하던 혁명 직후의 러시아 사회를 배경으로 인간 존재의 의미, 역사적 진보에 대한 회의, 그리고 죽음과 불멸의 이중성을 탐구한다. 이 소설은 스탈린 체제 아래 당국에 의해 ‘출판 부적합’ 판정을 받으며 오랫동안 공개되지 못했고, 작가 사후에야 그 진가가 밝혀진 숨겨진 명작이다. 주인공은 ‘불사(不死)’라는 관념 자체를 탐구하는 기술자 니키타 피르카노프다. 그는 사회주의 혁명 이후 새로운 인간의 탄생과 함께, 죽음 없는 삶, 즉 **“기술을 통해 달성하는 불사의 시대”**를 꿈꾼다. 정부는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2025. 4. 14.
숨겨진 명작 리뷰 | 《사랑의 힘은 얼마나 세나》 – 헬렌 시식 《사랑의 힘은 얼마나 세나》 – 헬렌 시식- 사랑은 끝날 수 없다. 말이 닿지 않아도, 몸이 사라져도, 사랑은 남는다. -줄거리 요약《사랑의 힘은 얼마나 세나》는 프랑스의 여성 철학자이자 작가인 헬렌 시식이 사랑, 죽음, 모성, 글쓰기, 기억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낸 문학적 에세이다. 이 책은 구조적 줄거리보다 감정과 언어의 흐름을 따라간다. 시식은 자신의 어머니를 잃고 난 뒤의 감정과 그 이후에도 이어지는 모성과의 연결감을 글을 통해 탐색한다. 그러나 이 글은 단순한 사적 기록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이 시간과 육체를 초월해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지를 문학적 언어로 재구성하는 깊은 사유의 여정이다. 작가는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경험한 복잡한 감정—사랑, 동경, 불편함, 분노, 그리움—을 숨김없이 서.. 2025. 4. 13.
숨겨진 명작 리뷰 | 《연애의 규칙》 – 후안 루이스 세풀베다 《연애의 규칙》 - 후안 루이스 세풀베다 -- 사랑한다면, 상대의 자유도 함께 사랑해야 한다 - 줄거리 요약《연애의 규칙》은 길지 않은 분량 속에 깊은 울림을 담은 짧은 이야기다. 칠레 작가 후안 루이스 세풀베다는 이 작품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관계의 예술인지를 보여준다. 이야기의 배경은 아주 일상적이다. 한 남자와 여자가 연애를 시작하고, 함께 살아가며 사랑을 나눈다. 그들은 처음엔 서로에게 깊이 빠져든다. 사랑은 열정적이고, 삶은 조금 더 생기 있어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남자는 여자에게 점점 더 많은 애정을 표현하려 하고, 그녀의 모든 순간을 함께 하려 한다. 그녀가 어딜 가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에 대해 더 깊이 알고자 .. 2025. 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