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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숨겨진 명작 리뷰 | 《사랑의 힘은 얼마나 세나》 – 헬렌 시식

by 50분전 발행됨 2025. 4. 13.

《사랑의 힘은 얼마나 세나》 – 헬렌 시식

《사랑의 힘은 얼마나 세나》 – 헬렌 시식

- 사랑은 끝날 수 없다. 말이 닿지 않아도, 몸이 사라져도, 사랑은 남는다. -


줄거리 요약

《사랑의 힘은 얼마나 세나》는 프랑스의 여성 철학자이자 작가인 헬렌 시식이 사랑, 죽음, 모성, 글쓰기, 기억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낸 문학적 에세이다. 이 책은 구조적 줄거리보다 감정과 언어의 흐름을 따라간다. 시식은 자신의 어머니를 잃고 난 뒤의 감정과 그 이후에도 이어지는 모성과의 연결감을 글을 통해 탐색한다. 그러나 이 글은 단순한 사적 기록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이 시간과 육체를 초월해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지를 문학적 언어로 재구성하는 깊은 사유의 여정이다.

작가는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경험한 복잡한 감정—사랑, 동경, 불편함, 분노, 그리움—을 숨김없이 서술하며, 사랑이 단순한 긍정의 감정이 아니라 상실, 고통, 해체를 모두 포함하는 역설적 감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시식의 문장은 격정적이면서도 시적이며, 한 문장 안에서도 수없이 다양한 의미와 정서를 품는다.
그녀는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사랑의 연장이며, 어머니라는 존재가 사라진 뒤에도 '내가 당신을 쓰고 있으므로 당신은 여전히 존재한다'라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 이 책은 단순한 추모의 글이 아니라, 사랑의 본질을 해체하고 다시 쓰려는 철학적 문학 작업이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한 여성의 슬픔과 동시에 전 인류의 ‘사랑과 죽음의 경험’을 함께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어머니를 향한 개인적인 감정인 동시에, 모든 인간 존재가 품고 있는 가장 원초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사랑은 끝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식은 이 책을 통해 그 대답을 조용히, 그러나 확고하게 말한다. “아니다. 사랑은 끝날 수 없다. 몸이 사라져도, 언어가 끊겨도, 사랑은 남는다.”

 


인물 심리와 사회 구조의 해부

이 작품은 헬렌 시식 본인의 목소리이자, 동시에 수많은 여성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복합적인 자아의 텍스트다. 그녀가 글 속에서 어머니를 회상할 때, 그것은 단순한 기억의 재현이 아니다. 그녀는 ‘말할 수 없었던 것들’, ‘표현되지 못한 감정들’을 언어로 붙잡으려 한다. 이는 현대 심리학에서 말하는 ‘감정의 언어화’와도 연결된다.
인간은 말로 표현되지 않은 감정을 내면에 저장해두고, 그것이 종종 트라우마나 정체성의 왜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시식은 이런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글쓰기라는 형식으로 정면 돌파한다.

심리적으로 보면, 그녀는 어머니를 사랑하고 그리워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풀리지 않은 갈등의 감정도 함께 가지고 있다. ‘사랑한다는 감정이 왜 고통스러울까’, ‘헤어진 관계는 어떻게 기억으로 남는가’에 대한 고찰은 매우 보편적이며, 동시에 여성의 심리에서 더 자주 등장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녀는 ‘모성’을 찬미하거나 이상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이런 정직함이야말로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다.

사회 구조적으로도 시식의 글은 의미심장하다. 여성이 글을 통해 자기감정을 서술하는 것, 특히 모성과 상실을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은 오랫동안 사적인 영역으로만 치부되어 왔다. 그러나 시식은 그것을 철학과 문학의 장으로 끌어올린다. 여성의 목소리, 여성의 경험이 단지 ‘감정적인 것’이 아니라, 세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언어임을 보여준다.
결국 이 책은, 감정과 지성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슬픔과 사랑이 어떻게 새로운 언어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문학적 실천이다.


실생활 적용 전략: 상실을 사랑으로 이겨내는 감정의 글쓰기

《사랑의 힘은 얼마나 세나》는 상실을 다루는 가장 문학적이고 따뜻한 방식의 책 중 하나다. 헬렌 시식은 어머니의 죽음 이후, 그리움과 고통을 감정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언어로 바꾸는 방식을 택한다. 이 접근은 현실에서도 매우 유효하다.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난 뒤, 감정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방황하게 된다. 그럴 때 이 책은 조용히 속삭인다. “그 감정을 써보라”라고.

첫 번째 실천 전략은 감정 일기 쓰기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면, 그 사람과의 기억을 하나씩 꺼내 써보자. 가장 평범했던 하루, 함께 웃었던 말, 그리고 싸우고 나서 말하지 못했던 감정까지. 글로 쓰는 것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상실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작업이다.

두 번째는 마음속 존재에게 말 걸기다. 시식은 죽은 어머니에게 말하듯 글을 쓴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대에게 문장으로 말을 거는 행위는, 마치 그 사람과 다시 연결되는 것 같은 위안을 준다. “지금도 네가 그립다”, “이건 네가 좋아했을 장면이야” 같은 짧은 문장이 쌓이면, 어느새 마음속에서 그 사람과 다시 만나는 기분이 든다.

세 번째는 사랑의 기억을 예술로 확장하기다. 글이 아니어도 좋다. 그림, 사진, 오브제 만들기, 편지쓰기 등 어떤 방식이든 감정을 ‘형태화’하는 것은 슬픔을 다르게 소화하게 해 준다. 이것은 단순한 치유가 아니라, 그 사람과의 사랑을 현재에도 지속시키는 방식이 될 수 있다.


마무리

《사랑의 힘은 얼마나 세나》는 사랑의 절대성과 연약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책이다. 헬렌 시식은 ‘사랑’이라는 너무 익숙한 단어를 철저히 해체하고, 그것이 인간에게 어떤 감정적 궤적을 남기는지를 시처럼, 일기처럼 써 내려간다. 이 글을 읽고 나면 사랑은 단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이 아니라, 세상을 견디고, 나를 이해하고, 결국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시식은 몸이 사라진 뒤에도, 언어가 남아 있고 기억이 남아 있으며, 사랑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한다. 이 점에서 이 책은 고통을 회피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사랑을 지켜내는 태도를 제시한다.
우리는 종종 이별이나 죽음을 ‘끝’이라 생각하지만, 시식은 말한다. “그건 사랑의 다른 모습일 뿐”이라고.

어쩌면 사랑은, 우리가 더 이상 말할 수 없는 순간에도 여전히 흐르는 감정일 것이다. 언어가 멈추어도, 눈물이 마르지 않아도,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사랑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