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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숨겨진 명작 리뷰 | 《마우스》 – 사만다 슈웨블린

by 50분전 발행됨 2025. 4. 11.

숨겨진 명작 리뷰 | 《마우스》 – 사만다 슈웨블린

- 당신을 지켜보는 눈동자, 그 안엔 누가 있는가? -


줄거리 요약

《마우스》(원제: Kentukis)는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켄투키(Kentukis)'라는 기기에서 이야기가 출발한다. 켄터키는 작은 동물 형태의 로봇 장치로, AI나 자동화된 기계가 아니다. 놀라운 점은 이 기계 안에는 실제로 어딘가에 존재하는 생명체, 즉 ‘실시간으로 접속한 다른 인간’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한 사람은 켄터키를 구입하여 ‘소유자’가 되고, 또 다른 사람은 전 세계 어딘가에서 그 기기에 접속해 ‘켄투키’가 된다. 소유자는 로봇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나누며 감시당하는 존재가 되고, 켄투키는 말없이 관찰하고 반응하는 존재로 작동한다.

이 책은 이 독특한 기술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도시와 국가에서 살아가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파편적으로 교차 서술한다. 예를 들어, 독일의 중년 여성은 켄투키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며 자아를 투영하고, 멕시코의 소녀는 켄투키로 접속해 낯선 이의 삶을 엿보며 현실을 도피한다. 또 리마의 한 남성은 켄투키를 해킹해 불법적

인 목적에 활용하고, 어느 노부부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들의 시간을 켄터키와 공유하려 한다.
켄투키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그 속에 들어 있는 ‘인간의 의지’와 감정, 관음 욕망, 외로움, 유대, 갈망이 복합적으로 뒤엉켜 있는 하나의 감정 매개체이다.

하지만 이 기술은 곧 의도하지 않은 침입, 감시의 무서움, 연결의 기이함을 드러낸다. 소유자는 자신의 일상을 감시당하면서도, 동시에 그 감시를 원한다. 반면, 켄투키는 말없이 바라보는 존재이지만, 그 안에서 분노, 사랑, 죄책감 등의 감정이 점차 생겨난다.
이 작품은 하나의 ‘기술’이 전 세계 사람들의 관계, 감정, 정체성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강렬하고 섬세하게 풀어낸 현대 디스토피아의 걸작이다.

이미지=ChatGPT


인물 심리와 사회 구조의 해부

《마우스》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켄투키’라는 기계를 중심으로 인간의 심리를 해부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실제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로봇이다. 하지만 그 속에 ‘다른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간의 감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그 존재를 마주하는 사람들은 점차 자기 자신조차 몰랐던 감정과 충동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가령 켄투키를 통해 누군가를 관찰하는 사람은,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하지만 이내 그 사람의 삶에 깊이 빠져든다. 그것은 사랑이 될 수도 있고, 질투, 분노, 혹은 일종의 연민일 수도 있다. 반대로, 켄투키가 자신을 지켜본다는 걸 아는 사람은 처음엔 의식하지만, 점차 그것에 익숙해지거나, 오히려 자기 연출적인 삶을 살게 된다. 이는 SNS 시대에 사람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적 자아'와 정확히 겹친다.

이 책은 현대인의 외로움, 연결 욕망, 감시 사회 속의 자아 소외 현상을 매우 정교하게 형상화한다. 켄투키는 기술이면서 동시에 ‘관계의 은유’다. 우리는 서로를 연결하고 싶어 하면서도, 진짜로 연결되기를 두려워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싶지만, 동시에 자신을 감추고 싶다. 이 양가감정을 켄투키는 정확히 구현하고 있다.

또한 작품은 기술 자본주의의 불평등도 날카롭게 지적한다. 켄투키는 전 세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듯 보이지만, 결국은 기술을 소유할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사이의 권력 불균형을 드러낸다. 어떤 사람은 켄투키를 통해 타인의 삶을 '즐기고', 어떤 사람은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소모당한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으며, 늘 감정과 권력의 구도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아주 사회학적으로도 깊다.


감시와 연결 시대, 나의 ‘마우스’는 무엇인가

《마우스》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당신은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는가? 혹은 누군가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이 질문은 오늘날 디지털 시대에 매우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스마트폰, SNS, CCTV,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 등 우리는 ‘자발적 노출과 비자발적 감시’ 속에 살아가고 있다.

첫 번째 전략은 내 정보가 어떻게 노출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다. 위치정보, 검색기록, 온라인 활동 내역이 어떻게 저장되고 사용되고 있는지를 알고, 내 삶의 데이터 흐름을 자각하는 일이야말로 현대인의 생존력이다.

두 번째는 디지털 인간관계의 방향 재정비다. 《마우스》의 켄투키처럼, 우리는 때때로 직접적인 소통 없이 상대의 삶을 ‘몰래’ 지켜보는 관계를 유지한다. 이는 감정적으로 피로감을 주고, 현실의 관계까지 왜곡시킬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지켜보는 관계’에서 ‘대화하는 관계’로의 전환이다. 적어도 중요한 사람과는 주기적으로 직접적인 소통을 시도해보자. 음성 메시지 하나, 짧은 전화 한 통이 거리를 되돌릴 수 있다.

세 번째는 스스로를 연출하지 않는 연습이다. 켄투키를 의식하며 스스로를 연출하게 되는 등장인물들처럼, 우리는 SNS에서 과장된 자아를 반복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때로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고, ‘기록하지 않는 삶’을 실천하는 것도 회복의 한 방식이다. 실시간으로 드러나는 삶에서 벗어나 나만의 속도로 감정을 느끼는 시간을 가져보자.

 


마무리 감상

《마우스》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삶과 정서를 예리하게 비추는 거울이다. 이 소설은 기술의 이야기가 아니라, 기술을 매개로 한 인간 감정의 서사다.
그 안에서 우리는 관찰자이기도 하고 피관찰자 이기도 하며, 때로는 스스로를 감시하는 자아이기도 하다.

사만다 슈웨블린은 단순한 공포를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욕망과 공허, 연결에 대한 갈망을 깊이 파헤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느 순간 문득 “지금 나를 지켜보는 눈이 있다면, 나는 무엇을 보여주고 있을까?”라는 자문을 하게 된다.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그 눈은, 내가 허락한 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