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설의 항해, 삶의 진실을 만나는 시간
- 마이클 온다체의 「고양이의 식사」 리뷰 -
도입부|인생의 항해는 때때로, 고양이의 식사처럼 조용히 시작된다
마이클 온다체는 『잉글리시 페이션트』로 잘 알려진 작가다. 그러나 그가 남긴 또 하나의 걸작, 『고양이의 식사』는 더 은밀하고, 더 부드럽고, 더 사적인 공간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이 소설은 한 소년의 항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성장의 이야기지만, 단순한 유년기 회고록이 아니다. 그것은 기억과 시간, 인간과 세계, 진실과 침묵에 관한 문학적 탐험이다.
제목이 주는 인상처럼, 이 소설은 격렬하지 않다. 대신 아주 조용하고 섬세한 문장들로 세계의 작은 균열들을 드러낸다. 소년의 눈에 비친 세계는 어딘가 불안정하지만 그 안엔 매혹과 모험이 공존한다. 마치, 저녁 무렵 테라스에서 고양이의 식사를 바라보는 것처럼 — 낯설고도 익숙하며, 조용히 파문을 일으킨다.
『고양이의 식사』는 온다체의 문장과 분위기를 가장 아름답게 음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책은 독자에게 세상에 대한 무해한 호기심, 그리고 과거를 품은 현재의 감각을 일깨운다.
줄거리 요약|배 위에서, 세계는 조금씩 열렸다
1950년대 초, 11살의 소년 마이클은 스리랑카(당시 실론)를 떠나 영국으로 향하는 배에 오른다. 배의 이름은 '오로카스타'호. 이 여행은 어머니와의 재회를 위한 여정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 항해에서 만나는 인물들과 사건들이다.
마이클은 배에서 두 명의 또래 친구, 라마딘과 카시구마를 만나고, 세 사람은 곧 '고양이의 식사'라고 불리는 하층 식당 테이블에 배정된다. 이 테이블은 일종의 사회적 변두리, 정식 손님들과는 거리가 있는 존재들—즉,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 하급 직원, 특이한 이방인들이 모인 자리다.
이곳에서 마이클은 신비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사서, 음악가, 도둑, 수수께끼의 죄수, 그리고 매일 밤 정체불명의 행선지를 향하는 남자. 이들 각자는 세계의 또 다른 얼굴이며, 마이클에게는 새로운 인생 교과서다. 배라는 닫힌 공간은 외려 더 깊은 관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 속에서 마이클은 사람을 보고, 불안을 겪고, 감정을 느끼며 자란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그는 영국에 도착하지만, 그곳에서의 삶보다 중요한 것은 항해의 시간이다. 그것은 마치 삶과도 같다. 시작과 끝은 정해져 있지만, 중요한 건 그 사이,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에서 오가는 이야기들이다.
인상 깊은 구절 및 해석|모든 삶은 바다를 건너는 항해다
“고양이의 식사란... 주류 세계의 변두리에 놓인 자들에게 주어지는, 조용한 축복이다.”
이 표현은 단순한 은유 이상이다. '고양이의 식사'라는 이름은 배 위 식당의 조용하고 덜 주목받는 자리에서 비롯되지만, 동시에 삶의 비주류로 분류된 이들에 대한 작가의 연민과 존중이 담겨 있다. 주류의 소음과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사람들, 그러나 그들만이 볼 수 있는 세상이 있다. 마이클 온다체는 바로 그 '고양이들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배는 언젠가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나는 그 위에서 시작된 것을 잊을 수 없었다.”
이 구절은 성장 서사의 본질을 꿰뚫는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지만, 결국 우리의 내면을 결정짓는 건 도착지가 아니라 항해의 기억이다. 이 문장은 현재를 살아가는 독자에게 '삶의 한가운데'를 다시 성찰하게 한다. 배는 목적지에 도달했지만, 진짜 인생은 그 사이에서 일어난 일들이라는 것.
그리고 이 문장을 더 깊이 읽자면, 그것은 과거에 대한 회고이자 성찰이다. 인간은 지나온 시간을 통해 자신을 정의하고, 그 시간 속에서 마주한 타인들, 마주친 사건들이 자신 안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깨닫는다. 마이클이 만났던 사람들—그들은 이제 현실에서는 사라졌지만, 그의 내면에서는 여전히 말을 건넨다.
온다체는 삶이란 ‘도착’이 아니라 ‘경험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항해는 끝났어도 그것이 남긴 흔적은 계속 흐른다. 우리는 언제나 떠나고 있으며, 동시에 언제나 돌아오고 있다. 성장이라는 여정은 완결된 사건이 아니라, 계속해서 반복되고 해석되는 일련의 기억들이다.
또한, '고양이의 식사'는 조용하고 무심한 순간 속에서 펼쳐지는 감정의 농도, 존재의 밀도를 상징한다. 주변부에 앉은 이들은 정해진 서사 바깥에서 세상을 응시한다. 그들의 자리에서 바라본 세계는 다른 색과 냄새를 가진다. 이 구절은 그런 '다른 자리에서 본 세계'의 진실에 대해 말하고 있다.
결국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사건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마이클의 시선은 타인을 향하고, 그 타인을 통해 자신을 이해한다. 그렇게 『고양이의 식사』는 단순한 회고가 아닌, 삶과 세계를 이해하려는 섬세한 사유의 기록이 된다.
마무리|삶의 항해에서 잊지 말아야 할 한 끼의 식사
『고양이의 식사』는 거대한 사건 없이도 독자의 마음을 오래 흔드는 책이다. 소설 속 배처럼, 우리도 모두 어딘가를 향해 항해 중이며, 그 여정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이 소설이 건네는 진짜 메시지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애정,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대한 경청이다.
마이클이 배에서 경험한 것들은 외적으로는 사소하지만, 그 사소함이 곧 성장의 본질임을 책은 말해준다. 소설은 크게 외치지 않는다. 대신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네가 지금 살아내는 이 순간이, 언젠가 가장 기억에 남는 항해가 될 거야.”
이 책은 화려하지 않지만 깊고 잔잔하다. 이 소설을 읽은 사람은 더 이상 세상의 중심만을 좇지 않는다. 그들은 고양이의 식사 자리에 앉아, 삶을 천천히 음미하는 법을 알게 된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가장 배워야 할 태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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