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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고전명작 : 윌리엄 골딩의 「피라미드」 리뷰

by 50분전 발행됨 2025. 4. 26.

삶이라는 무대 위, 진짜 나를 찾아서

- 윌리엄 골딩 「피라미드」 리뷰 -

윌리엄 골딩의 「피라미드」 리뷰



도입부|무대 위에서는 누구나 진짜 얼굴을 숨긴다

윌리엄 골딩의 『피라미드』는 한 인간의 인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집요하고 섬세하게 추적하는 작품이다.
보통의 성장소설들이 외부 세계의 모험과 발견을 통해 주인공을 변화시키는 데 반해, 『피라미드』는 거꾸로 작동한다.
변화는 없다. 대신,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꿈과 타협하는 자아, 그리고 쌓여가는 위선과 자기기만이 있다.

이 소설은 영국의 조그만 중산층 마을을 무대로 삼는다.
그곳은 무력하지만 끈질긴 관습이 지배하고, 사람들은 서로를 평가하며 무의식적으로 억압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고요한 배경이야말로 인간 내면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전쟁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주인공 올 올딘은 우리가 쉽게 동정하거나, 이상화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때로 비겁하고, 때로 이기적이며, 때로는 진심을 숨긴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피라미드』를 살아 있게 한다.
올은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평범하고 작은 상처를 지닌 모든 인간의 초상이다.

『피라미드』를 읽는다는 것은 우리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 올린 수많은 기억과 후회의 ‘피라미드’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사소한 선택 하나, 무심한 거짓말 하나, 어설픈 용기 하나가 어떻게 삶의 방향을 틀고, 결국 한 인간을 규정하는지—
골딩은 섬세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끝까지 따라간다.

이 작품은 소란스럽지 않다.
그러나 읽고 나면 문득, 어떤 장면이 가슴 한복판에 남는다.
그리고 깨닫는다.
삶은 거대한 한 방이 아니라, 사소한 조각들이 쌓여 만든 조용한 비극임을.

 


줄거리 요약|올딘, 피라미드를 쌓다

『피라미드』는 올 올딘이 자신의 성장기를 되짚어보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그의 청춘은 세 개의 주요 사건, 세 개의 이야기로 나뉜다.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는 단절되지 않고, 올딘이라는 인간의 내면을 조금씩 쌓아 올리는 ‘층’이 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음악 경연 대회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어머니의 야망과 기대 속에서 자란 올은 피아노를 연주해야 한다.
그날, 그는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도 온몸을 조이는 긴장과 두려움에 시달린다.
무대 위에 선 그는 어머니의 목소리와 사람들의 시선 사이에 갇혀, 진정한 자신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연주는 실패로 끝난다.
하지만 더 큰 실패는 음악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한 기대와의 결별이었다.
이날 이후, 올은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점점 혼란스러워진다.

두 번째 이야기는 사랑과 계급에 관한 에피소드다.
올은 동네 하층민 소녀에게 애틋한 감정을 품는다.
하지만 중산층 가문이라는 족쇄가 그를 옭아맨다.
그는 선뜻 다가가지도, 끝까지 책임지지도 못한 채
‘사랑하는 척’하거나 ‘관계하는 척’하며 마음을 소비한다.
그 결과 둘은 서로에게 잊히지 않는 상처만을 남긴다.
올은 이 실패가 단순한 연애의 실패가 아니라, 삶 전체의 무력감으로 번지는 걸 느낀다.

세 번째 이야기는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올이 과거를 돌아보는 현재 시점에서 진행된다.
그는 어린 시절 존경하던 어른들의 위선을 목격한다.
그가 한때 동경했던 마을 사람들은 모두 타협하거나 좌절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는 거울처럼 깨닫는다.
자신도 결국, 그들과 다르지 않게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소설은 올의 완전한 몰락이나 극적인 반전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작은 평온 속에 서 있다.
하지만 독자는 알 수 있다.
그 평온은 패배이자 순응이며, 그렇게 올은 스스로의 피라미드 위에 또 하나의 무표정한 돌을 올리고 있다는 것을.

결국, 이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피라미드』의 진짜 결말은 독자가 자신의 삶을 돌아볼 때 완성된다.
인상 깊은 구절 및 해석|피라미드는 돌 하나하나로 완성된다
“인생은 위대한 일이 아니라, 작은 일들의 덩어리였다.”

이 문장은 소설 전체를 꿰뚫는다. 우리는 보통 인생을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하려 하지만,
실제로 우리를 만드는 건 수백, 수천 번의 사소한 결정과 갈등, 타협이다.
골딩은 그 '작은 일들'이 쌓여 결국 인간의 운명을 형성한다고 말한다.

“나는 그저, 남들이 기대하는 나를 연기할 뿐이었다.”

이 대사는 ‘자아’와 ‘사회적 자아’ 사이의 괴리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올은 사회가 원하는 모습을 연기하면서 자신의 진짜 욕망과 점점 멀어진다.
이는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감정이다.
SNS에서, 직장에서, 심지어 가족 앞에서도 우리는 종종 '연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위선은 악보다 더 천천히, 더 확실히 영혼을 좀먹었다.”

골딩은 이 문장으로 인간 내면의 가장 교묘한 타락을 보여준다.
거대한 악보다도, 매일매일 반복되는 작은 거짓과 타협이 더 무섭다.
『피라미드』는 그런 조용한 부식의 과정을 냉정하게 그려낸다.

실생활 적용 전략|'나의 피라미드'를 돌아보는 법

『피라미드』를 읽고 나면, 우리 역시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어떤 사소한 일들을 쌓아 올리며 살아가고 있는가?

매일의 선택을 가볍게 여기지 말자
작은 거짓말, 사소한 체념, 하찮은 비겁함—
이런 것들이 쌓이면 언젠가는 '내가 아닌 나'를 만든다.
작은 선택에도 진심을 담는 습관이 필요하다.

남들이 기대하는 모습과 내 본모습을 구분하자
우리는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다 보면, 결국 스스로를 잃는다.
'이건 내가 원하는 삶인가?' 자주 묻고, 자기답게 사는 용기가 필요하다.

진정한 성공은 '위대한 일'이 아니라, '작은 정직'에 있다
『피라미드』는 화려한 성공 대신,
매일매일 자신을 배반하지 않는 삶이 진짜 성장이라고 가르쳐준다.

 


마무리|보이지 않는 피라미드를 쌓는 우리 모두에게

『피라미드』는 독자의 심장을 조용히 후벼 판다.
거창한 영웅담도, 극적인 반전도 없다.
대신 우리 삶의 한 조각 한 조각이 어떻게 쌓여가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윌리엄 골딩은 『피라미드』를 통해 속삭인다.
“삶은 위대한 순간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사소한 순간을 모은 거대한 축적이다.”

이 작품을 읽고 나면,
당신은 어쩌면 오늘 하루를 조금 더 조심히 살아가게 될 것이다.
거대한 피라미드는 거대한 돌로 쌓지 않는다.
작고 작은, 그러나 무수히 많은 조각들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우리 역시, 그렇게 매일 자기만의 피라미드를 완성해가고 있다.